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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여사세상소리] 이 남자가 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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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하늘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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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송씨 아저씨'로 불려진다.


나이가 족히 20년 차이는 날 법한 젊은 사람에게도 꼬박 꼬박 존대말을 써야 하는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서 '송씨 아저씨'라 불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한다.



그의 직업은 건설현장 아파트 경비원이다.



쉰 중반에 들어서 시작한 아파트 경비업무는 그에게 고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2교대로 이루어지는 업무는 꼬박 24시간을 일하고 24시간을 쉬는 일로, 새벽의 빈 아파트 건설현장을 지키고 있노라면, 쏟아지는 눈꺼풀에 눌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밤에 길을 읽고 헤매는 개나 고양이 소리만 들어도 놀라 후다닥 나가봐야 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 해야 하는 신경 예민하며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낮엔 하루에도 수없이 지나치는 현장인부들과 현장기사의 차량 통제에 입씨름을 하여야 하고, 새파랗게 젊은 친구들이 함부로 말을 할라치면, 낯이 붉혀질 일이 어디 한두번이랴.




그가 처음부터 한달 60만원을 받고 밤을 지켜야 하는 건설현장 경비원은 아니었다.


그는 중소기업에 꽤 오래도록 근무경험을 가지고 있는 건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었고, 결혼 후에도 아이들의 교육에 큰 지장없이 가정을 지켜왔으나 정년퇴임 후에 몸은 건강해도 받아줄 곳이 없는 사회의 벽에 부딪혀 종일 집을 지켜야 하는 무료한 생활에 접어들게 되었다.



자식들도 제법 커서 결혼을 하고, 부모를 부양할 정도의 능력이 있지만, 그는 아직 젋었고,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 별다른 레져생활 하나 할줄 모르는 사람으로 퇴직 후엔 오히려 점점 더 늙고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도 엘리트 의식이 있는 사람이다.


기백만원씩 급여를 받고 다니던 그가 한달을 열심히 일해야 고작 6십만을 받으며 온갖 굳은 말을 다들어야 하는 경비원을 택하게 된 것은 아직은 쉬어야 될 때가 아니란 오직 그 하나의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유쾌하다.
가족들이 이젠 좀 쉬어야 된다고 말을 해도 그는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나면 받는 6십만원의 급여가 값지게만 여겨지고, 어린 손주에게 용돈도 지긋이 지워주는 것이 기쁨이다.



그의 친구들은 퇴임 후에 집에서 느는 건 술이라며, 저녁이면 곤드레 만드레 취해서 신세한탄과 나이듦을 서러워하지만, 그럴때면 그는 그저 지긋이 웃고 있을 뿐이다.



젊은이들과 일하며, 그들의 생동감을 느끼고, 때론 마음에 맞는 젊은이에게 인생의 경험을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그에게 아직은 일해야 하는 사명감을 전해주는 행복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송씨아저씨는 아침 길에 덜렁대며 부시시하게 오는 젊은 일꾼에게
"안녕하세요. 한기사님, 오늘 날씨 참 좋죠?"
라고 깍듯이 인사하며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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