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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과세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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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민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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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비자가 인터넷 서점을 통해 소설책을 다운로드 받았다면 세금을 물릴 수 있을까, 없을까.

현재로선 "물릴 수 없다"는 게 정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책이나 음악, 영상물,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이 인터넷을 통해 디지털화한 정보 상태로 팔리는 것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고 있다. 물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택배서비스나 우편을 통해 물건을 보낸다면 이 경우에는 기존 방식대로 세금을 물린다.

미국은 3년간 면세, 한국은 법 정비도 까마득

이렇게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는 과세의 형평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매장이라는 공급장소를 유지하기 위해 지출되는 각종 비용을 부담하는 전통적인 상인들에게는 세금이 부과되면서 전자상거래 업자에게는 소득세나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면 뭔가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간접세 부문에도 똑같이 형평성 논란을 일으킨다.

그래서 지구촌에서는 이에 대한 각종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98년 10월 앞으로 3년 동안 전자상거래에 소비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면세법"을 통과시켰다. 과세를 하게 되면 태동기에 있는 전자상거래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는 만큼 한시적으로 소비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보급의 확대로 전자상거래 규모가 폭증하면서 유예기간을 단축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미국 통신업계와 연방정부 지방자체단체 대표 등 19인으로 구성된 미국 의회 내 ‘전자상거래 자문위원회’는 현행처럼 비과세로 두자는 통신 및 전자상거래 업계와 세금 부과를 해야 한다는 지방자체단체가 팽팽히 맞선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 정부는 내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유료로 판매하거나, 물건을 사면 택배로 배달해 주는 거래에 대해 과세할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5일 “전자상거래를 포함해 세금을 매겨야 할 거래 행태가 늘고 있다”면서 “연내에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하여 내년부터 인터넷 거래에도 과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과세체계에 대한 자료수집에 착수하고, 새로운 거래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할 계획이다.

재경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상반기 중 국제 전자상거래에 대한 과세문제를 논의, 각료이사회에 과세권고안이 제출되는 대로 시행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정기 세제총괄심의관은 “디지털시대가 발달하면서 법에 명시되지 않은 과세대상 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제추세를 고려해 과세대상과 시기를 결정한 뒤 부가세법을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세제라는 게 미리 앞서서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선진국의 법 체제 정비를 봐가면서 해도 늦지 않다는 학계의 일부 의견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전자상거래의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게 지적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98년 3억5400만 달러에 불과했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2003년에는 96억13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거래 특성상 국제적으로도 인터넷 상거래에 대해 국가간에 과세권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은 특정 장소에서 유형의 재화가 거래돼 세금부과기준이 명확했던 기존 거래관행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물건이 디지털화한 정보로 오가고 대금도 결제가 되기 때문에 과연 어느 국가가 여기에 과세를 할 것인지 애매모호해진다.

우선 소득세나 법인세 등 직접세 부과가 문제다. 소득세는 전통적인 상거래에서는 소득이 발생한 나라(원천지국)에서 세금을 걷는다. 예를 들어 미국업체가 한국에 물건을 팔면 한국은 국내에 만들어져 있는 미국업체의 판매대리상에 소득세를 부과한다. 현행 세제는 외국업체가 국내에 고정사업장(판매대리상)을 가지고 있으면 여기에 납세의무를 부과하는 방식인데, 전자상거래에서는 이런 고정사업장 개념이 불분명해진다. 고정사업장이 물건을 생산하는 곳인지, 통신 서버가 있는 곳인지 아니면 소비자의 모니터가 있는 곳인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국제적으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에 불과하다.

인터넷 선진국 미국은 무관세 주장

관세와 소비세(부가가치세) 부과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법무법인 태평양이 이 문제와 관련해 제시하는 가상사례를 한번 들어보자. 국내업체가 미국의 음반회사로부터 음악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아 CD에 수록해 소비자들에게 통신판매를 한다고 하자. 국내업체는 이 사업에서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매출액의 20%인 20억원을 미국회사에 지급한다고 하자. 이 거래가 형태만 다를 뿐 실질적으로는 음반을 수입해 판매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판단해 과세당국이 관세와 수입부가가치세를 물리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현행 법규상으로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부과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관세법상 수입은 외국으로부터 한국에 도착된 물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고 이 수입물품에 관세를 부과한다고 규정돼 있으며, 부가가치세법상에도 "유형의 물품(재화)의 수입"을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인터넷을 통해 전송 받은 음악파일은 이런 "재화"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황의인 변호사는 "현행법상 수입하는 물품 및 재화는 운송수단에 의해 이동이 가능한 유형의 물건" 이라며 "음악파일은 물품이나 재화로 보기 어렵고 그 매체인 인터넷전산망을 운송수단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내업체는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미조세협약에 따라 음악파일에 대한 로열티 사용료에 대해서만 소득세 부과를 할 수 있다.

기존의 조세체계로는 인터넷 거래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조세체계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 국제기구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새 조세체계는 말하자면 세금을 국가간에 어떻게 쪼개느냐는 문제이기 때문에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 라운드"라고까지 불린다. 인터넷이 발달한 나라는 아무래도 수출국 입장에서, 그렇지 못한 국가는 수입국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데, 현재 상황은 선진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거래에 대해 "무관세화"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인터넷 사이트가 현재 전세계 인터넷 사이트의 9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무관세화는 미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이 동조를 하고 있는 상태이며, 유럽은 세수감소를 우려해 공식적인 견해를 유보한 상태다. 소득세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공급국에서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소비세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고 있다. OECD는 캐나다 오타와 회의에서 몇 가지 원칙에 합의했는데, 이중에는 소비세와 관련해 컨텐츠 공급국이 아니라 소비가 발생하는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미국은 그 동안 자국의 조세수입 극대화를 위해 공급지에서 과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소비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유럽국가들의 반대로 이렇게 결정됐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거래내용 디지털화로 조세정보 획득에도 한계

인터넷 과세는 세제뿐만 아니라 세무행정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상거래 내용이 문서보다는 디지털로 기록되는 만큼 수정이나 암호화가 용이해 상거래 행위 자체를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과세당국으로서는 세원포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 자금청산도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뤄질 수 있는데다 중간도매상마저 사라져 과세당국이 이들을 통한 조세정보 획득에도 한계가 있다.

또 세금을 거두는 방법도 쉽지 않다. 예컨대 미국업체가 한국업체에 인터넷을 통해 수출을 한다면 한국 과세당국이 미국업체로부터 부가가치세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거둘 것인지 답이 없다. 이와 관련해서는 미국 정부가 대신 거둬서 주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대금을 송금할 때 카드회사에서 거둬들이자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구촌은 인터넷이라는 기술의 진보에 맞게 법 체계를 정비하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는 형국이다.

(ICQ :Click MSN : minpd@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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